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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피해 막겠다" 강력범죄 피해자들이 모였다..인천 스토킹 유족, 돌려차기 피해자. 추천곡_ Going Home

기사 작성일
인터뷰어
김현정 (CBS 앵커)
인터뷰이
익명 (인천 스토킹 살인 피해자 유족)

(생략)

김현정: 제가 인터뷰 때 그 얘기를 듣는데 얼마나 마음이 안 좋던지 정말 그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 사건이 벌어진 지 한 반 년 정도 지나고 가족들은 어떠세요?

피해자 유족: 일단 1심이 끝났고요. 그런데 인천 스토킹 살해사건 자체가 징역 25년 선고가 났어요. 그래서 경찰 단계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동생이 사망했는데 지금은 항소 준비를 하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현정: 특히 걱정되는 게 피해자의 어린 딸, 그 아이였는데 아이는 지금 어떻게 잘 지내고 있습니까?

피해자 유족: 사실은 저희가 아이 걱정을 정말 많이 했는데 사건 초반에는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아서 걱정을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제부터는 사건 이야기를 시작을 하기 시작했어요.

김현정: 아이가요?

피해자 유족: 목격한 내용을 얘기를 하는데 너무 안타까운 게 어른들은 그나마도 가족끼리 이야기도 하고 했었는데 어린아이가 참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엄마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 싶고 그랬는데 어른들의 반응이 걱정스러우니까 오히려 말을 못하고 참고 있던 것이 이제서야 터지기 시작해서 상담하는 곳에서도 이제서야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김현정: 지금까지는 아무 일 없는 듯이 태연하게 행동해서 그래도 다행이다. 아이가 그래도 큰 상처 안 받고 지나가나 보다 했는데 사실은 생생히 기억하면서도 아이가 참고 있었던, 억누르고 있었던 거예요.

피해자 유족: 네, 맞습니다.

김현정: 더 마음이 아프네요.

피해자 유족: 네, 너무. 그리고 저희도 사건에 너무 집중을 하다 보니까 아이가 그런 얘기를 하면 힘들까 봐 오히려 더 이야기도 안 해주고 피했던 거였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에 대해서 얘기를 안 해주니까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것 같더라고요. 이모한테는, 친이모한테는 종종 놀러 오기도 하는데 이모한테는 엄마한테 전화해 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중략)

김현정: 지금 어떤, 어떤 분들이 참여하겠다고 나서셨습니까?

피해자 유족: 지금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분하고요. 바리깡 사건 피해자 분 그리고 강원도에 유기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피해자의 따님 그리고 저 이렇게 일단은 네 팀입니다.

김현정: 네 사건의 어떤 피해자, 피해자 가족분들 이렇게 네 팀. 바리깡 사건은 뭐였죠?

피해자 유족: 바리깡 사건은 7월 11일에 있었던 사건이었고요.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감금해서 머리를 바리깡으로 밀고 얼굴에 소변을 보고 강아지 패드 위에다가 화장실을 대체하거나 하는 사건이었는데 현재 그 사건 자체도 가해자가 자기는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하고 있는 사건입니다.

김현정: 강력 사건의 피해자들의 모임. 그런데 전화를 드렸는데 망설이고 고민하는 분들도 계셨을 것 같아요.

피해자 유족: 일단은 저희가 이런 연대를 하자고 모였던 사람들이 아니었고 저 같은 경우는 제가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에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분께 연락을 했던 거였고 그다음 바리깡 사건 같은 경우는 살아있는 게 너무 감사해서 전화를 드렸던 분이었고.

김현정: 힘내시라고 전화, 위로 전화하신 거군요.

피해자 유족: 그게 꼭 이야기를 전달을 하고 싶어서 그 전화를 했던 부분이었고 강원도 유기 사건 같은 경우는 원래도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분과 연락을 했던 분이셨어요.
그런데 저희가 당연히 사건 자체가 너무 강력 사건이기도 했고 목소리를 내는 게 우려가 됐지만 걱정이 될 수밖에 없잖아요. 이게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재판이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이야기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 또 혹시나 재판에 영향을 미칠까 봐 재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봐 굉장히 많이 고심을 했어요.
그런데 저희가 언론에 저희 이야기를 공론화를 하면서 재판부가 변하는 걸 조금 봤고요. 저희가 내는 목소리를 들어주기 시작을 했고 그러다 보니까 조금씩 더 용기가 생겨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김현정: 이렇게 강력범죄 피해자 연대라는 게 다른 나라에는 있다고 제가 들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생긴 거라고요.

피해자 유족: 그렇게 들었습니다. 저도 그래서 첫 연대라는 말을 깜짝 놀랐던 것 같습니다.

김현정: 사실은 작정하고 모임을 만들어야지 이렇게 한 게 아니라 위로의 전화를 걸었다가 그분과 연결되고 또 다른 분이 뭔가를 위로 전화를 주셨다가 또 그분과 연결되고 이렇게 해서 네 팀이 모인 거잖아요.

피해자 유족: 네, 맞습니다.

김현정: 굉장히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연대가 만들어진 건데 몇 번이나 모이셨어요?

피해자 유족: 지금 제 재판 때는 수시로 와주고 계시고요.

김현정: 서로서로?

피해자 유족: 네, 서로서로 와주고 계시고 그리고 그 이외에 인터뷰나 이런 것 때문에 만나고는 있습니다. 그래서 10차례는 넘게 만난 것 같습니다.

김현정: 10차례 넘게. 사실은 나이도 다르고 사는 곳도 전혀 다르고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도 다 다를 텐데 끔찍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그 공통점만으로도 정말 서로서로 큰 위로가 될 것 같아요.

피해자 유족: 오히려 내 상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라서 위로받을 수 있었고요. 동생 사건이 발생한 후에 사실 저는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많은 이유들이 있었지만 이 연대를 통해서 웃을 수 있게 되었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도 웃으면서 행복하게 지내도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소통창구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현정: 지금 그 말씀을 들으면서 사건 이후에 나는 웃을 수가 없는 피해자 유족이었는데 다른 사건의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웃기 시작했다. 그게 어떤 말씀이실까요?

피해자 유족: 일단 나만 겪은 일은 아니라는 안도감도 있고요. 그리고 사실 이런 일을 당하면 저를 알고 있는 지인들은 제가 엄청 힘들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계시잖아요.

김현정: 당연히 힘들 것이다라는 생각이 있죠.

피해자 유족: 그런 시선들에서도 사실 쉽게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사건의 피해자분들은.

김현정: 그럴 수 있네요.

피해자 유족: 그리고 그것들이 사실은 저 사람은 그런 일을 당했어도 하나도 힘들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게 사실은 무섭거든요.

김현정: 피해자다움을 요구받는 거.

피해자 유족: 네, 맞습니다. 그리고 그게 그 피해자다움스럽지 않으면 그게 또 어떤 방식으로 저한테 돌아올지도 사실은 두려울 때도 있었는데 이 모임을 통해서 저는 그걸 극복하고 있습니다.

(후략)

유족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 김윤아의 Going Home.


추천곡 Going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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